미국 회사 첫경험기 3

2024년 2월, 미국의 개발자 大 해고 시대에 어렵사리 생애 첫 미국 회사로 이직했고,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처음 경험하는 미국 회사에서의 이모저모를 가볍게 기록해본다.

미국 회사 첫경험기 3
No room for racism
미국 회사 취업 전까지의 이야기는 매년 작성한 연말 회고 글들 참고

지난 이야기 👇

체대 출신 개발자의 미국 회사 첫경험기 2
2024년 2월, 미국의 개발자 大 해고 시대에 어렵사리 생애 첫 미국 회사로 이직했고,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처음 경험하는 미국 회사에서의 이모저모를 가볍게 기록해본다.

👎 내가 제일 Racist 같네?

팀에 새로운 개발자들을 채용하기 위한 면접들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팀원들과 야외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하며,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동료의 면접 썰을 듣고 있었다.

대화는 어느새 각자의 면접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나 또한 현재 회사와 비슷한 시기에 합격했던 다른 회사의 면접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Racist같은 생각과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

내가 면접 봤던 그 회사는 인도인 비중이 굉장히 높은 회사였다. 때문에 면접관 중 약 80%는 인도인이었고, 그중 절반 이상은 강한 억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더텅 수능 영어듣기 기출문제집>과 미드 <프렌즈>로 단련된 나의 영어 듣기 실력은 인도식 억양에 매우 취약했다.

나는 이 회사의 면접 경험에 대해 팀원들에게 이야기하며, "이 회사 면접 과정에서 인도인 면접관들 발음이 너무 알아듣기 힘들었다.", "최종 합격했지만 인도인들과 함께 일하면 발음 때문에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현재 회사를 선택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이 발언을 곧바로 후회했다. 팀원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색하게 반응하고, 누군가 다른 대화 주제를 꺼내기 전까지 팀원들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흘렀기 때문이다.

나는 점심식사가 끝날 때까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분위기가 어색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회사에 입사 후 가장 먼저 친해졌던 동료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서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리고 동료는 조심스럽게 답변해줬다.

"너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에는 조금 위험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해. 누군가의 배우자가 인도인일 수도 있고, 가장 친한 친구가 인도인일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 출신 사람들을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그래서 팀원들은 너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선뜻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런데 팀원들이 네가 미국에 온 지 2년도 안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마."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자란 내가 인식하는 Racism은 단순히 피부색과 국적에 기반한 인종 차별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자란 팀원들이 인식하는 Racism은 피부색과 국적은 물론이고, 영어 발음이나 먹는 음식 등 생활 양식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한국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던 것들 중에 실제로는 차별적인 것들이 많은데, 미국에서는(이제는 한국에서도) 반드시 버려야 하는 차별적인 생각과 태도를 아직 버리지 못한 것이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미국에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Racism이나 차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오히려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미국에 온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32년간 한국에서 살아오며 나도 모르게 갖게 된 Racist같은 생각들을 스스로 뜯어고쳐야 한다.


미국 회사 첫경험기 4 에서 다룰 주제는,

  • 의외로 정이 있네?
  • 개인 용무가 뭐 그리 떳떳해?

이 글은 내가 경험 중인 미국 회사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미국 회사가 이렇다는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