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주가 생긴 날
본인 몸뚱아리 눕힐 작은 공간마저 구하기 힘들었다던
어느 유명 인사의 인생사에 비하면 엄살이지만,
눈꺼풀이 따끔거리는 이 시간까지도 원하는 모든 짓을 할 수 있는
내 방이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생겼다.
책상 & 침대가 축구판의 메시 & 호날두 같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작은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우주와도 같다.
전 주인이 5년 전쯤 붙여놓은 것 같은 천장의 야광별 스티커가
이 우주에 현실감을 더해주고,
서울대 야구부를 2개월 만에 박차고 나간 나의 책상 선반 위엔
추신수 사인볼이 나의 위선적인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다.
더불어, 이타치 피규어가 나의 차가운 외면과 따뜻한 내면을 대변해주는 척하면서,
나루토 랜덤 디펜스를 밤새 하던 나의 병신력을 인증해주고 있다.
언제라도 소환사의 협곡에 접속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는,
그에 대한 대항마로써 여러 권의 뽀대용 책들과 몇 권의 진짜 책을 내 시야 안에 두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이 우주와 같은 공간에서,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지구를 바라볼 수 있는 우주선에 탑승한 만큼,
우선은 나 자신을 충분히 바라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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