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goquality.dev를 만든 이유와 과정

AI 시대에 goquality.dev를 만든 이유와 과정

TLDR;

  1. { 고퀄리티 ⚡ 개발 컨텐츠 모음 } 이라는 깃헙 저장소를 2018년부터 운영 (⭐ 9,500개)
  2. 최근 3년간 관리를 거의 못 했음에도 계속 신규 방문자들 유입
  3. 이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해야 할 2가지 이유 찾음
  4. 줌인터넷 같은 팀에서 함께 일했던 황준일 님과 협업 시작
  5. 기존 컨텐츠 1,507개 퀄리티 재평가 실행 (1개월 소요) → 450개만 생존
  6. goquality.dev 1.0 버전 공개 (4.0 버전까지 기획된 상태)

1. { 고퀄리티 ⚡ 개발 컨텐츠 모음 }의 시작

2018년, 29살에 개발자로 전직했다. 그리고 늦게 시작한 비전공자니까 더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개발 블로그 글들을 읽고 또 읽었다.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도움을 구할 개발자 지인이 한 명도 없었기에, 개발 서적들과 블로그 글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의 유일한 등대였다.

매일 출퇴근길 버스와 지하철에서, 2018년 당시의 대세 SNS였던 페이스북에 공유된, 유익한 개발 블로그 글들을 브라우저 북마크 폴더에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북마크에서 관리가 어려울 만큼 컨텐츠가 쌓였을 때, 그동안 모은 유익한 개발 컨텐츠들을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정리한 { 고퀄리티 ⚡ 개발 컨텐츠 모음 } 라는 Github 저장소를 만들었다. (2018년 10월 3일)

goQuality-dev-contents 깃헙 저장소

그리고 이 저장소는 지난 7년간 약 9,500개의 Star를 받으며 나름 인기를 얻었다.


2. ChatGPT가 다 알려주는데, 개발 블로그 글을 왜 봐?

최근 3년간 육아와 미국 이민, 사이드 프로젝트들(resume.guide, leetcod.ing, sidehustlerstory.com 등)에 밀려 { 고퀄리티 ⚡ 개발 컨텐츠 모음 } 프로젝트 관리를 거의 하지 못했다.

특히, ChatGPT가 등장한 이후 아, 이제 개발 블로그의 시대는 끝났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더더욱 이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놓은 지 3년이 지났음에도, Github에 접속하면 가장 처음 보이는 홈 화면에 누군가 이 프로젝트를 Star 했다는 알림이 항상 떠 있었다. 매일 새로운 사용자들이 유입되고 있던 것이다.

Github 홈 화면
저장소 Traffic 데이터 (2025년 2월 11일~24일)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왜? ChatGPT가 훨씬 빠르고 쉽게 알려주는 세상인데, 3~7년 전 개발 컨텐츠들을 왜 보려는 걸까?

그러다 문득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던 2018년의 나, 그러니까 어떻게든 양질의 Input을 최대한 때려 박아서 빠르게 성장하려던, 출퇴근 길과 퇴근 후 새벽까지 개발 서적과 블로그 글들을 우적우적 입에 구겨 넣던 내가 떠올랐다.

(2018년 회고에 쓴 내용 👇)

2018년 회고에 쓴 내용

내가 만약 2018년이 아닌 2025년에 개발에 처음 입문 했다면, (ChatGPT와 각종 AI 도구들이 곁에 있음에도) 누군가 엄선한 양질의 개발 컨텐츠들은 일단 어딘가에 쟁여두고 하나씩 꺼내 보고 싶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 고퀄리티 ⚡ 개발 컨텐츠 모음 } 프로젝트는 개발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3.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개발 입문자들만을 위해 내 작고 소중한 자유시간을 투자해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별로 흥이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료 봉사에 가까웠던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해야 할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소비될까?를 고민했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앞으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입니까?'란 질문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나는 사실 이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10년 뒤에도 고객들은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을 원할 것입니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불과 수개월 전에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면, 2025년 2월의 나는 AI가 할 수 없는 것을 규정하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AI가 아닌 인간으로 시선을 돌렸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구는 무엇일까?, 그리고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고 인간이 소비할 것들은 무엇일까? 를 고민해 보았다. 그 결과, { 고퀄리티 ⚡ 개발 컨텐츠 모음 } 프로젝트의 생명이 연장되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

"인간은 다른 인간의 이야기를 소비한다."

이 아이디어는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의 아래 구절에서 힌트를 얻었다.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쎄다.

세상은 정보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그 모든 정보를 꼼꼼하고 차분하게 살펴보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답을 찾기 어렵다. 사람들은 늘 바쁘다. 또 감정에 쉽게 좌우된다. 따라서 언제나 훌륭한 스토리가 차디찬 통계자료보다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p. 122)

AI의 답변은 갈수록 완벽해지지만, 개발 블로그 글들은 완벽하지 않다. 물론 지금은 완벽에 가까워지는 AI의 답변에 감탄하며 소비하지만, 완벽한 답변이 디폴트가 된 세상이 되면 오히려 인간의 (완벽하지 않은) 고유한 경험과 생각이 더 높은 가치를 갖지 않을까?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듯이.

그리고 인간의 범위를 조금 줄여보니, 조금 더 적절한 이유가 되었다.

"개발자는 다른 개발자의 이야기를 소비한다."

이 문장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namecheap으로 뛰어가서 goquality.dev 도메인을 구매했다.


4. 이미 개발 컨텐츠 공유 서비스는 많은데? 뭐가 달라?

goquality.dev가 제공할 가치(즉, 다른 서비스들과의 차별점)은 2가지 뿐이다.

  1. AI가 제공하지 못하는 고퀄리티 개발 컨텐츠'만' 제공
  2. 124개의 컨텐츠 카테고리 분류를 통해 관심있는 분야'만' 소비 가능

특히, 컨텐츠 수질 관리를 기존보다 더 빡세게 할 예정이다. 어쩌면 일주일간 새로운 컨텐츠가 1개도 등록되지 않을 수 있다.

goquality.dev 사용자들은 최신 개발 컨텐츠를 찾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신 개발 컨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너무나 많다. 이 서비스의 '해자'는 고퀄리티 컨텐츠만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운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자는 깊어질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총 124개의 카테고리를 제공한다. 아무리 고퀄리티 컨텐츠라도, 관심없는 분야의 컨텐츠는 소비자 입장에서 쓰레기에 가깝기 때문에, 카테고리를 세분화했다.

관심 분야는 8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총 16개의 대분류 카테고리를 두고, 그 하위에 중분류와 소분류를 추가하여 총 124개의 카테고리를 제공하다. (상위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하위 카테고리도 함께 선택됨)

이중 8개의 관심 카테고리를 선택하면, goquality.dev 첫 화면에서 본인이 선택한 8개의 카테고리 박스와 1개의 추천 컨텐츠 박스를 볼 수 있다.

위에서 선택한 8개의 카테고리 박스를 메인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핵심 기능만 빠르게 만들었고, 디자인과 UI는 지속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5. 혼자 만들까? 함께 만들까?

2024년 회고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모집했다.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었다.

  1. 2023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는 전부 Next.js + Vercel + Supabase 조합으로 1인 개발하고 있는데, 찐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과 함께하면서 더 올바른 구조와 방법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고 싶었다.
  2. 장기적으로 함께할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 싶었다. 나는 엔지니어링보다 비즈니스에 좀 더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해서, 엔지니어링 능력이 더 뛰어난 분과 2인 팀을 만들고 싶었다. 더 빠르게, 더 난이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고, 연락해 주신 모든 분들과 이메일로 비동기 커피챗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함께 하고 싶은 분들도 계셨지만, 딱 이분이다!라는 느낌이 없었다. 아무래도 마음속에 황준일 님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 비교되었던 것 같다.

준일 님의 Github
준일 님은 줌인터넷 포털개발팀에 나 다음 신입 개발자로 입사했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개발을 해 온 준일 님이 보여준 개발 능력은 개발에 입문한 지 1년 정도 된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준일 님은 회사 업무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오픈된 마인드를 가졌을 것 같아서, 함께 제품을 만드는 상상을 종종 해왔다.

결국 준일 님에게 마지막으로 제안해보고, 거절하시면 커피챗 했던 분들 중 한 분과 함께할 생각으로 준일 님과 커피챗을 했다. (2020년 12월에 내가 줌인터넷에서 토스로, 준일 님이 줌인터넷에서 네이버로 이직한 이후로 처음 나눈 대화였다 😅)

그 결과,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주셔서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준일 님에게 가장 먼저 연락드린 이유는 난이도/복잡도 높은 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준일 님이랑 같이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2020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삼고초려는 하지 않았지만, 제갈량을 얻은 유비의 마음이 이랬을까. 준일 님과 함께 무언가를 만든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그리고 실제로 준일님은 결혼식도 앞두고 일정이 바쁨에도 정말 빠르게 개발을 해주셨고, 덕분에 나는 기존 컨텐츠 정리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다.


6. 기존 컨텐츠 재평가 (1500개 → 450개)

기존에 등록된 컨텐츠들은 정확하게 1507개 였다. 약 1개월간 모든 컨텐츠를 하나씩 다 확인하며 퀄리티 평가를 다시 진행했고, 총 450개가 살아남았다. 퀄리티 평가를 다시 한 이유는 AI 때문이다.

2018년부터 운영한 { 출퇴근길 개발 읽기 } 카톡 단톡방에서 공유된 컨텐츠들과, 내가 찾은 컨텐츠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선별해서 추가해왔지만, 이제는 AI가 쉽게 제공할 수 있는 컨텐츠들은 이 서비스에서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식 문서 내용 요약, 개발 프레임워크의 사용 방법 혹은 문법들이 주된 내용인 컨텐츠는 전부 제거하고, AI가 쉽게 제공하기 어려운 개발자들의 실제 경험, 의견, 노하우가 담긴 컨텐츠들만 남겼다.

컨텐츠를 정리하면서 여러 부가적인 데이터들(Score, 컨텐츠 포맷, 영문 여부, 번역 여부, 추천 여부 등)을 함께 DB에 저장했고, 추후에 goquality.dev 버전을 올리면서 활용할 예정이다.


7.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goquality.dev 1.0 버전을 출시하면서, 누구나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을 넣었다.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물론 내부적으로는 4.0 버전까지 기획된 상태지만, 사용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개선 방향을 수정할 예정이다. 그리고 2.0 버전에서는 사용자들이 고퀄리티 컨텐츠를 직접 추천할 수 있는 기능과 더불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2018년부터 운영해 온 깃헙 저장소가 웹서비스로 승화(?)되어 마음 한 구석의 짐을 덜어낸 느낌이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