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 출신 개발자의 2023년 회고
블로그 옮기고, 미국 법인 만들고, 사이드허슬러스토리 만들고, Next.js + Supabase로 LeetcodeHub.io 만들고, Relate 퇴사하고, 미국 회사들 면접보고, 둘째가 통잠 자기 시작하고, 축구팀 들어가고, 책 33권 읽은 이야기.
이 글은 개인적인 회고록이다.
그래서 독백체
2018년 회고
2019년 회고
2020년 회고
2021년 회고
2022년 회고에 이어,
2023년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한다.
이번 회고는 사이드 프로젝트, 개발자 커리어, 인생으로 나누어 작성해보았다.
1. 사이드 프로젝트
2023년에 했던 다양한 딴 짓들의 기록
1-1. 블로그 이전
드디어 블로그를 이전했다. 계속 미루다가 『역행자』를 읽고 바로 시작했다. 2018년에 Hugo로 만든 ryan-han.com에서 Ghost로 만든 현재 블로그로 옮겼다. (Ghost에 대해서는 Relate 팀의 Chris가 쓴 글을 참고)
Hugo에 문제는 없었지만, 아래 3가지 이유로 Ghost로 옮겼고 매우 만족 중이다.
- Draft를 더 쉽게 작성할 수 있어야 글을 자주 쓸 것 같아서.
- 구독(뉴스레터)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서.
- 다양한 기능들(결제, SEO, 회원, 대시보드, 스케줄링, 방문자 정보, 편리한 에디터 등)
실제로 Ghost로 옮긴 이후에 글을 더 자주 쓰게 되었고, 배포되지 않은 Draft가 30개 정도 쌓인 상태다. 내년에는 쌓인 💩글들을 배출할 예정이다.
1-2. 미국 법인 만들기
2023년 8월, 미국에 법인을 만들었다. 이름은 J&Han, LLC. 가족 모두 이름에 J가 들어가기 때문에 J로 시작하고, 수지나 지호가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Han을 붙였다. 너무 멀리 봤나ㅋㅋ
법인을 만든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세금 신고 일원화
를 위함이고, 장기적으로는 개인 사업체 운영
을 위해서다.
한국에서 소득이 발생하면 한국과 미국 양쪽에 소득을 신고해야 하고, 한국의 종합소득세 신고는 5월이지만 미국의 개인소득세 신고는 4월이기 때문에, 미국의 세금 신고를 10월로 미루고 한국의 종소세 신고가 끝나면 그 결과를 다시 미국에 신고해야해서 매우 번거롭다. 작년에 이걸 놓쳐서 미국에 세금 800만원 더 냄 🫠
그래서 기존의 인프런 강의 수익과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미국 법인에서 받는 것으로 변경했고, 이제는 세금 신고를 미국에서만 하면 된다. 그리고 절세 세팅을 꼼꼼하게 해둔 덕분에 사업 소득이 꽤 많아지기 전까지는 낼 세금이 0원인 상태다. 낼 세금이 없다는게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
이 과정에서 미국의 법인 종류(LLC, S-Corp, C-Corp)의 특징과 장단점, 주마다 다른 법인 관련 세금, 그리고 사업 소득 절세 방법들에 대해 상세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1-3. 사이드 허슬러 스토리
작년에 미국에 오자마자 실리콘밸리 빅테크 회사들의 개발자 大 해고 시대를 목격하면서, 내 가족의 생계를 회사에만 의존하면 안 되겠다
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그전부터 대성당을 짓는 Engineer가 아닌 초가집이라도 혼자 만들 수 있는 Maker를 지향해왔고, 작년 회고에서는 혼자 개발한 서비스(커피한잔)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시는 김재호님을 새로운 롤모델로 정했었다. 즉, 개발자 커리어 사다리를 오르거나 유명한 회사로의 이직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게 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Indie Hackers라는 웹사이트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Indie Hacker, Bootstrapper, Solopreneur, Side Hustler로 일컬어지는 1인 개발자들의 제품 개발 및 비즈니스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직장인 개발자는 꿈꾸기 어려운 시간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이루고, 제품 만드는 재미에 빠져 사는 그들의 이야기는 회사에 의존하지 않고도 제품 만드는 재미는 계속 느끼고 싶은 나에게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급격하게 빠져들었다.
그들은 트위터에서 현재 어떤 제품을 개발 중이고, 어떤 기술들을 사용했으며, 월 반복 매출(MRR)은 얼마이고, SEO를 위해 무엇을 했고, 얼마에 제품을 매각/인수했는지 등등 제품 개발 과정과 비즈니스 성장/실패 과정을 상세하게 공유하는 Building in Public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가 넘쳐났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전형적인 직장인 개발자가 아닌 1인 개발자, Indie Hacker, Bootstrapper, Solopreneur, Side Hustler에 대한 관심을 늘어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만들었다. 뉴스레터를. 이런 1인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사이드 허슬러 스토리를 만들었다.
뉴스레터는 2023년 9월 1일부터 2주에 한 번씩 배포했다. 뉴스레터 하나하나에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여서 그런지 9월 1일 첫 배포 이후에 뉴스레터 4개만에 구독자 1,000명을 달성했고, Open Rate 66%를 찍었다. (뉴스레터는 평균 열람률이 30%만 되어도 높은 편)
그리고 무료로 배포하기 아까울 정도로 유익한 꿀팁과 꽤 숨겨져 있던 고급 정보들은 프리미엄 구독자들(월 $6.99)에게만 공개하는 방식으로 뉴스레터를 운영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첫 뉴스레터부터 프리미엄 멤버십 1년을 결제한 분들이 계셨다. 감사합니다 🙇♂️
하지만 2023년 10월부터 회사 일이 더 바빠지고,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할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사이드허슬러스토리는 무기한 중단했다. 만들고 싶은 서비스들의 우선순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1-4. LeetcodeHub.io
미국에서는 경력 개발자라도 취업/이직을 위해 코딩 테스트를 (한 회사당 보통 3번) 봐야 한다. 그래서 Leetcode는 미국 개발자 커리어 내내 함께하는 내 삶에서 떼어내고 싶은 친구
같은 존재다.
그런데 Leetcode에는 3,000개 이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취업/이직을 위해 모든 문제를 다 풀 수는 없다. 그리고 문제마다 토픽과 난이도가 다르고 문제 퀄리티도 달라서 어떤 문제를 먼저 풀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보통 누군가가 엄선한 문제 큐레이션을 먼저 푸는데, Blind 75, Grind 75, NeetCode 150 등이 유명하다. 나도 Grind 75를 먼저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Leetcode의 기능들로는 해결되지 않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나는 직접 풀지 못했거나 힌트를 보고 푼 문제를 체크해뒀다가 나중에 다시 풀어보는 방식으로 연습하는데, Grind 75 문제들만 이력을 따로 관리하기가 번거로웠다.
그래서 Leetcode 문제 큐레이션들을 제공하고, 문제풀이 상태를 저장하고, 각종 카테고리로 문제 sorting과 filtering을 할 수 있는 웹앱이 필요했다.
그래서 바로 만들었다. LeetcodeHub.io
처음에는 op.gg 느낌으로 Leetcode.gg로 만들었다가 구글 형님께서 자꾸 가짜 웹사이트라고 경고를 날려주시는 바람에 LeetcodeHub.io로 갈아탔다.
처음 사용해보는 Next.js와 Supabase로 만들었고 Vercel에 배포했다. Next.js와 Supabase 모두 굉장히 빠르게 버전이 올라가던 상황(2023년 10월에 열린 Next.js 컨퍼런스에서 14 버전을 선보이기 위해 13.4부터 14까지 미친 듯이 업데이트되던 시기)이라 버그가 많았다. 그런데 Next.js와 Supabase 공식 문서는 이슈 해결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서 릴리즈 버전이 아닌 Canary 버전이 올라올 때마다 업그레이드하고, Github Issue에서 버그 해결 여부를 찾아보거나 직접 질문을 올려서 해결해야 했다.
Next.js와 Supabase는 요즘 1인 개발자들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려는 개발자들에게 인기 있는 기술들이라 LeetcodeHub를 만들면서 강의로도 만들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Next.js와 Supabase 모두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였고, 공식 문서만 보고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겨우 찾은 정보 및 자료들을 기반으로 강의를 만들면 이 기술들을 사용하려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될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LeetcodeHub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강의에 쓰일 내용과 정보들을 Notion에 전부 기록해두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강의 만들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었다.. 🫠
LeetcodeHub는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고 매일 쓰는 제품이다. 나처럼 미국에서 취업/이직을 경험할 개발자들에게도 분명 필요한 서비스라 계속 개선할 예정이고, 내가 만드는 비즈니스들과도 연계될 예정이다.
2. 개발자 커리어
2023년에 내적/외적 변화가 많았던 개발자 커리어에 대한 기록.
2-1. 퇴사
Relate에서는 똑똑하고 열정적인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특히 CTO인 Will에게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서 행복한 일터(?)였다.
하지만 한국 기준 연봉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원래 검소한 편이지만, 더더욱 아껴 생활해도 아래처럼 월 4,500달러(약 580만원) 적자였고, 인프런 강의 수입을 합쳐도 월 300만원 이상 적자였다. 😱
내가 미국에 온 2022년부터 스타트업 업계 상황도 어려워졌고, Relate의 주요 고객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Relate의 성장 속도도 기대 이하였다. 게다가 나를 제외한 개발팀이 모두 한국에 있고, 내 연봉은 한국에서는 경력 대비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내 연봉만 미국 기준으로 올릴 수 없었다.
Relate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받은 Pre-Series A 단계의 찐 미국 스타트업들의 연봉은 지역 상관없이 내가 받던 연봉의 최소 2배고, 그 이후 단계 회사들은 보통 3배 정도다. (구직 중인 지금도 전체 보상 중 base salary가 Relate 연봉의 최소 2.5배인 회사들에만 지원하고 있다. 이 이하로 받으면 대졸 신입 개발자 수준의 연봉이다)
결국 2023년 11월에 퇴사하고 찐 미국 회사들과 면접을 진행중이다. 🫠
물론 내가 한국 연봉으로도 미국에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
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가족을 이끌고 미국에 온 똥멍청이는 아니다. 뒷이야기가 있지만 그래도 2년간 함께 고생한 팀이니까 여기에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2-2. 시작부터 런칭까지
미국 기준 연봉을 받을 수 없음에도 바로 퇴사하지 않은 이유는 제품 시작부터 런칭까지 경험할 기회는 흔치 않다
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Relate은 극초기 단계였고, 나는 팀의 첫번째 백엔드 개발자로 합류했기 때문에 내가 런칭까지 버티면 제품 시작부터 런칭까지 해볼 기회였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얻기 힘들다
는 생각에, 생활비 적자를 감수하고 런칭까지는 버티기로 했다. 게다가 Will과 함께 일하며 더 배우고 싶었고, 이전에 제품 시작부터 런칭까지의 경험이 있는 Will도 나의 선택을 지지해줘서 결정은 쉬웠다.
그렇게 Relate은 런칭을 몇 번 연기한 끝에 2023년 11월에 Product Hunt를 통해 퍼블릭 런칭했고, 나는 2021년 11월에 합류한 Relate 팀에서 2년 만에 퇴사했다.
물론 통장 잔액이 바닥을 드러낸 2023년 하반기부터는 런칭까지 버티는 동안 회사 업무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회사 업무는 잘해도 미국 생활비도 안되는 보상을 받기 때문에, 이직 준비를 하든 사이드 프로젝트로 추가 수입을 얻든 해야 했다.
그래서 아무리 회사 업무 일정이 빠듯해도 회사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각오하고 업무 시간 외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회사에서 나쁜 평가를 받기 싫은 마음과 경제적 위기에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 갈등은 있었지만, 두 아이의 아빠인 나는 가족을 선택했다. 아빠들 화이팅!
2-3. 자생력 키우기
미국에서도 좋은 회사일수록, 직급이 오를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영어 실력은 점점 더 중요해진다. 승진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성과도 중요하고, 임팩트 있는 팀에 소속되는 운도 필요하다. 때문에 30대에 미국에 온 이민자로서, 평범한 실력의 개발자로서, 미국에서 어떤 방향으로 개발자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개발자 동료나 선배 개발자들에게 커리어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답변은 경제적 자유 얻기였다. 중간 목표로는 좋은 회사 이직이나 글로벌 서비스 만들기, CTO 되기 등이 있지만 그다음 목표를 물어보면 대부분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취미로 개발하는 것이라 한다.
나의 목표도 똑같다. 다만 나는 개발자로서 회사 업무를 열심히 한다고 경제적 자유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더 집중했다. 회사 업무에만 시간과 열정을 쏟는 삶은, 그저 회사 주인들이 당기는 레버리지의 소모품이 되는 삶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삶의 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돈을 계산했다. 그 결과, 회사원 개발자로서 필요한 돈을 벌려면 반드시 탑 티어 회사에서 높은 직급의 개발자로 오랫동안 일하거나,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대박이 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이 방향이 내 성향과 내가 가진 비교우위에 적합하지 않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때문에 회사 업무에만 충실하여 고용인이 당기는 레버리지의 소모품이 되는 방향 대신, 자생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내가 직접 레버리지를 당기는 방향을 선택했다.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면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자생력을 키워서 언젠가 레버리지를 당기기 위해 아래 3가지 실행 단계를 설정했다.
-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이룰 수 있는 지역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내 비즈니스를 계속 키우기
- 회사와 비즈니스를 병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직원을 고용하거나 회사를 그만두기
- 내 비즈니스만으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삶의 질을 살아갈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기
1번 단계를 실행하기 위해, 개발자 일자리가 가장 많은 샌프란시스코 Bay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도 최대한 피하려 한다. 물론 Bay 지역에 거주해야 좋은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캘리포니아 남쪽에 있는 Irvine과 그 주변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이루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제일 안전하고, 날씨도 더 좋고, 좋은 해변이 많고, 서핑 스팟도 많고, 스포츠 시설과 공원도 더 많고, Bay 지역보다 집값도 조금 더 싸다)
와이프 말에 의하면,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 때의 표정이 회사 업무할 때의 표정과 완전 다르고 너무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내 프로젝트에 대해 와이프에게 설명하는 내 눈이 너무나 빛나고, 설명을 듣는 사람도 신나는 반면, 회사 업무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표정도 어둡고 생기 없는 동태 눈깔 같다고 했다. 😑
나의 친가, 외가 어르신들도 회사 생활은 금방 그만두시고 다들 본인 사업을 하시거나 귀농을 하셨기 때문에 내 피가 그런가 싶기도 하다. 🩸
3. 인생
2023년 내 삶의 이모저모 기록
3-1. 가계부
2023년부터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모든 지출과 수입을 기록했다.
와이프와 나는 원래 검소한 편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만 구입하며, 옷이나 신발도 잘 안 사고, 외식도 최대한 자제한다. 하지만 월세가 비싸고 한국 기준 월급을 받다 보니, 인프런 수익을 포함해도 월평균 340만원 적자였다. (1년간 총 6천만원 적자)
돈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적자 폭이 커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에는 기쁜 마음으로 가계부를 꺼내 볼 수 있길..💸
3-2. 지옥 육아 절망편 끝!
미국에 온 이후로, 둘째 지호가 새벽마다 깨서 아무리 달래도 끝없이 우는 바람에 2023년 3월까지는 정말 지옥 육아 절망편
그 자체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야경증이었던 것 같은데, 한 번 울기 시작하면 2시간 이상 무슨 짓을 해도 그치지 않아서 모두가 고통스러웠다. 특히 와이프가 너무나 고생했다.
하지만 2023년 3월에 첫 돌이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지호가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드디어 애들을 재우고 밤에 무언가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행복 육아 꿀맛편
시작!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니 와이프와 나는 지옥 육아 절망편을 잊고 아이들이 너무 금방 자라서 조금 더 천천히 컸으면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3월까지는 새벽에 지호가 깨면 마취총이라도 쏘고 싶었다 😅
행복 육아 꿀맛편
이 시작되면서 와이프와 나는 서로에게 계속 여기서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라고 했을 정도로, 1년 내내 좋은 날씨와 맑은 하늘, 드넓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3-3. 다시 시작한 운동
작년에는 지호 덕분에 운동을 거의 못했지만, 2023년에는 운동을 할 여유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축구팀에 들어가서 화요일 밤마다 축구를 하고, 축구한 다음 날 점심에는 수영으로 몸을 풀고, 그 외에는 매일 조깅을 했다. 12월에도 야외에서 수영 할 수 있는 이 곳 날씨가 너무 좋다. ☀️
내년에는 서핑과 테니스, 골프도 다시 꾸준히 할 수 있길 바라본다. 🏄♂️ 🎾 ⚽ 🏌️♂️ 🏊♂️ 🏃♂️
3-6. 33살에 33권 읽기
2020년, 30살부터 시작한 내 나이만큼 책 읽기 프로젝트를 올해도 마무리했다. 작년에도 33살이었지만, 올 해부터는 한국도 만 나이로 계산하니까 다시 33살이다. 개이득 😎
- 감정을 다독여준 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 - 김연수
- 새로운 정보를 준 책: 『서핑 일러스트』 - John Robison
- 행동하게 만든 책: 『역행자』 - 자청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김연수 작가의 책들을 더 찾아 읽고 싶었다. 정갈한 문체와 담담한 이야기 진행 덕분에 단편 소설 주인공들의 감정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서핑 일러스트』는 자체 금융위기와 육아로 인해 좋은 서핑 스팟들을 가까이 두고도 서핑을 못하고 있는 나를 위해 구매했다. 2024년에는 서핑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길 바라며 읽었는데, 서퍼들이 반드시 알아야 중요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 준 책이다.
『역행자』의 내용을 하나씩 뜯어보면 처음 듣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 블로그도 이전하고, 뉴스레터도 만들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2020년에『부의 추월 차선』을 읽고 인프런 강의를 만들었던 것 처럼, 이 책도 행동을 유발하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 책이다. 유튜버가 쓴 책은 되도록 읽지 않으려 했다. 출판사에서 마케팅하기 수월한 유튜버들에게 적극적으로 출판 제안을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행자는 속는 셈 치고 읽어봤고, 대성공이었다.
4. 맺으며
올해는 나에게 좋은 일보다 힘든 일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행복했다. 언제나 맑은 날씨 덕분인지, 언제나 긍정적인 와이프 덕분인지, 너무나 사랑스러운 수지와 지호 덕분인지, 힘들 때면 20분 거리의 해변과 공원으로 달려가 아이들과 함께 뛴 덕분인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이미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자주 보인 덕분인지, 힘든 일이 생겨도 행복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통잔 잔고가 1,600불까지 내려간 날이 있었다. (월세가 4,000불인데)
그때 나는 이제 큰 일 났다
라는 위기감이 아닌, 군대 전역한 날 처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근거 없는 패기가 생겼다. 2017년에 결혼한 이후 처음으로 경제적 바닥을 맞이하니, 생존을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 것이다. 그날 나는 동네 햄버거 가게 알바 자리에도 지원했다. 물론 회사 업무 시간과 겹쳐서 일할 수 없었지만,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언젠가 이 회고를 다시 읽었을 때, 이때 참 힘들었는데 이젠 추억이네!
라는 말을 와이프와 웃으며 나눌 수 있도록, 2024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갈 예정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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